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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지역 축구의 미래 (기반, 격차, 전략)

by 조이피 2025. 5. 2.

농촌 지역 축구의 미래 (기반, 격차, 전략)

농촌 지역의 축구는 한국 축구 생태계의 가장 외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와 교육 환경의 변화, 경제적 자원의 부족 속에서도 농촌 축구는 나름의 전통과 열정을 지켜왔으며, 지금도 조용히 유망주들을 키워내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기반’, ‘격차’, ‘전략’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농촌 지역 축구의 현실과 미래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 방안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기반: 농촌 지역 축구의 현황과 한계

농촌 지역의 축구 기반은 도시와 비교할 때 매우 열악한 것이 현실입니다. 전국적으로 초·중·고등학교 축구부 수는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전라남도, 경상북도, 충청북도 등 농촌 중심의 도 단위에서는 축구부가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지역 내에서 한두 팀에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유소년 선수들이 초등학교 졸업 이후 다른 지역으로 진학하지 않으면 축구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농촌 지역 학교의 통폐합은 축구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 종목에서 활동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읍·면 단위 학교에도 축구부가 존재했지만, 현재는 교육청 차원의 예산 감축과 학생 수 감소로 인해 폐부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축구를 하고 싶어도 주변에 함께할 팀이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는 지역 내 체육 활동의 단절로도 이어집니다. 시설 면에서도 문제는 심각합니다. 농촌 지역의 운동장은 대부분 다목적 활용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축구 전용 구장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비포장 운동장이나 인조잔디가 없는 시설에서 훈련하는 경우가 많아 선수들의 부상 위험도 높습니다. 훈련 시간 확보도 어렵고, 날씨에 민감하게 좌우되는 조건은 장기적인 훈련 계획 수립을 어렵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코칭 인력 부족이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입니다. 수도권이나 도시지역은 전문 지도자, 분석가, 피지컬 코치 등이 배치된 반면, 농촌 지역은 체육교사 또는 겸임 교사 한 명이 전담해야 하는 구조가 일반적입니다. 이는 전문성 저하와 함께 훈련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재능 있는 선수들이 조기에 축구를 포기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결국 농촌 축구는 ‘축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구조’ 속에 놓여 있습니다. 이는 축구의 기회를 출신 지역에 따라 제한하는 불공정한 구조이며, 장기적으로는 한국 축구 저변 확대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격차: 도시-농촌 간 축구 환경의 불균형

도시와 농촌 간 축구 인프라의 격차는 단순히 시설이나 인력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교육 시스템, 진학 구조, 경기 경험, 대회 참가 기회 등 모든 측면에서 구조적 차별이 존재합니다. 이로 인해 유소년 선수들의 성장 경로 자체가 도시와 농촌에서 확연히 다르게 형성되고 있습니다. 도시 지역의 유소년 선수들은 다양한 클럽 선택권과 전문 지도자, 연중 지속적인 리그 운영을 통해 축구 실력을 체계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반면 농촌 지역 선수들은 클럽이 아예 없거나, 한정된 팀에서 제한적인 훈련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상대팀 부족으로 연습경기조차 성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전 감각이 부족한 상태로 대회에 임하게 됩니다. 또한 도시 지역은 스카우터, 에이전트, 언론의 주목을 받기 쉬운 환경입니다. 이에 반해 농촌 지역 선수들은 아무리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어도 외부 노출 기회가 적어 상위 단계 진출이 어렵습니다. 이는 실력보다는 환경이 성장을 결정짓는 구조로 이어지고, 재능 있는 농촌 유망주들이 축구를 그만두거나 진로를 변경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경제적인 격차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도시 지역은 축구에 대한 부모의 경제적 지원이 상대적으로 원활한 반면, 농촌 지역은 가계 소득의 한계로 인해 대회 참가비, 장비 구입, 숙박비 등에서 큰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는 지자체나 지역 축구협회의 후원을 받기도 하지만, 지원의 일관성과 지속성이 떨어져 장기적인 훈련 계획 수립이 어렵습니다. 이러한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단순한 노력이나 열정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입니다. 결국 이는 한국 축구 전체의 다양성과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정책적 개입 없이는 자연 해소가 불가능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략: 농촌 축구의 활성화를 위한 미래 방향

농촌 축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한 시설 지원이 아니라, 구조적인 시스템 재설계가 필요합니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농촌 축구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전략을 다음과 같이 제안할 수 있습니다. 첫째, ‘지역 축구 거점 학교’ 지정입니다. 이는 특정 농촌 지역의 초·중·고교를 축구 특화 교육기관으로 선정하여,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집중하는 방식입니다. 각 도별로 1~2개 학교를 거점으로 삼고, 인근 유소년을 통합 모집하여 집중 훈련 및 학사 지원을 제공한다면 축구를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됩니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 중인 ‘체육중점학교’의 축구 특화 버전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둘째, ‘농촌형 축구센터’ 설립입니다. 수도권이나 도시 중심의 대형 축구센터와는 달리, 농촌 지역 특성에 맞는 중소형 축구센터를 설립하여 지역 리그, 훈련, 지도자 교육, 선수 상담 등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기존 체육관을 리모델링하거나, 공공 유휴 부지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실현 가능하며, 지역 주민과 생활체육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셋째, ‘이동형 코칭 프로그램’ 운영입니다. 농촌 지역은 고정된 지도자 배치가 어렵기 때문에, 각 도 단위로 전담 코칭팀을 구성하여 순환 방식으로 주 1~2회 농촌 학교 및 클럽을 방문하여 전문 훈련을 제공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이는 교통비와 인건비를 절감하면서도 질 높은 지도를 받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입니다. 넷째, ‘도시-농촌 자매 클럽’ 제도 도입입니다. 도시 클럽과 농촌 학교 혹은 클럽을 자매결연 형태로 연결하여, 선수 교류, 합동훈련, 멘토링, 장비 지원 등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는 도농 간 상생 구조를 만들 수 있으며, 농촌 선수들이 도시의 시스템을 간접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 ‘농촌 축구 온라인 플랫폼’ 구축입니다. 유망 선수 영상을 클라우드에 등록하고, 훈련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을 도입하면, 지역에 상관없이 전국 어디서든 지도자, 스카우터, 대학, 프로팀 관계자가 농촌 선수들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농촌 축구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전략은 ‘인식 변화’입니다. 농촌에서 축구를 한다는 것이 불리한 선택이 아닌, 지역의 특색과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농촌 축구 출신 스타들의 멘토링, 지역 대회 미디어 노출 확대, 중앙 언론의 지속적 조명 등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전략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지속적으로 추진된다면, 농촌 축구는 단순한 희생자의 위치가 아닌,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새로운 축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양성과 포용성은 축구를 강하게 만드는 요소이며, 농촌 축구의 활성화는 그 출발점입니다.

농촌 축구의 미래는 결국 ‘의지와 투자’에 달려 있습니다. 단순히 도시 중심의 시스템만으로는 한국 축구의 다음 세대를 준비할 수 없습니다.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배경의 아이들이 축구를 통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축구 강국으로 가는 길입니다. 이제는 농촌 축구를 외곽이 아닌 중심으로 재조명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