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국가마다 각기 다른 전략과 문화, 시스템을 바탕으로 발전해왔습니다. 특히 북중미 지역과 한국은 지리적, 경제적, 사회적 배경이 매우 다른 만큼, 축구의 성장 방식과 전략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본 글에서는 ‘진출’, ‘스타일’, ‘협회’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북중미 축구와 한국 축구의 전략을 비교하고, 한국 축구가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려해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겠습니다.
진출: 해외 진출 전략과 글로벌 시장 접근 방식
한국과 북중미(미국, 캐나다, 멕시코를 중심으로 한 CONCACAF 주요 국가)의 축구는 해외 진출 전략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한국은 오랜 기간 유럽 리그 중심의 진출 전략을 이어왔으며, 손흥민, 박지성, 이영표, 김민재 등 유럽 무대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들은 개인의 재능과 에이전트 네트워크, 그리고 일정 부분의 협회 지원을 통해 해외 무대에 도전했습니다. 반면 북중미 국가들은 자체 리그(Major League Soccer, MLS)를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하면서 동시에 선수 수출 전략을 병행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MLS는 미국 내 시장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리그 운영을 유지하면서도, 젊은 유망주를 유럽 무대에 적극적으로 내보내며 리그와 국가대표팀 모두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알폰소 데이비스(캐나다), 웨스턴 맥케니(미국), 크리스티안 풀리시치(미국) 등은 MLS 또는 미국 유소년 시스템을 거쳐 유럽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입니다. 한국 축구는 여전히 유럽 진출의 문턱이 높고, 국내 리그(K리그)의 국제 경쟁력도 MLS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MLS는 중계권 판매,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 국제 대회 유치 등을 통해 ‘축구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북중미 선수들의 해외 진출 기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북중미는 이중국적자 또는 이민자 커뮤니티 기반 선수층이 풍부하여 다양한 문화권에서 뛰어난 재능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는 해외 진출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반면, 한국은 언어, 문화, 병역 등의 요소로 인해 진출이 제한적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체계적인 해외 유망주 육성 시스템은 아직 부족한 편입니다. 따라서 한국 축구가 글로벌 진출 전략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서는 ▲조기 유럽 연계 아카데미 설립 ▲에이전트 시스템 정비 ▲K리그와 유럽 리그 간 전략적 제휴 확대 ▲병역 특례 완화와 같은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이 필요합니다.
스타일: 경기 운영 방식과 전술적 접근의 차이
한국과 북중미 축구는 경기 스타일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조직력과 스피드를 강조하며, 짜임새 있는 수비와 빠른 역습에 강점을 가진 ‘조직 중심’ 스타일을 구사해왔습니다. 이는 2002년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의 철학에서 극대화되었고, 이후 대표팀은 포백 중심의 압박 축구를 기본으로 다양한 전술을 시도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 등 유럽에서 활동 중인 선수들의 영향으로 점유율 기반의 빌드업 축구와 개인 능력에 의존한 공격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벤투 감독 체제에서는 특히 후방에서부터 짧은 패스를 통한 전개, 라인 간 연결 플레이, 기술 중심 전술이 강화되었으며, 이는 한국 축구가 점차 유럽식 스타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반면 북중미 축구는 피지컬과 속도를 중심으로 한 ‘직선적인 축구’가 특징입니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는 높은 체격 조건과 뛰어난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빠른 공수 전환과 강한 개인 돌파 능력을 활용한 전술을 구사합니다. 멕시코는 기술과 창의성이 뛰어난 축구 스타일로 유명하며, 라틴 아메리카의 영향으로 드리블, 1대1 돌파, 유연한 포지션 플레이가 주를 이룹니다. 북중미 국가들은 최근 유럽 코치진을 대거 영입하고, 전술적 다양성과 세밀한 빌드업도 강화하고 있으나, 여전히 피지컬과 속도 중심의 축구 색깔이 강합니다. 이는 대회에서 특정 상대에게는 강한 인상을 남기지만, 유럽 상위 팀들과의 경기에서는 조직력 부재가 노출되기도 합니다. 한국 축구는 기술과 조직의 조화에 강점을 가지며, 유럽 및 아시아 국가들과의 경기에서 안정된 경기 운영이 가능하지만, 때때로 결정력 부족, 창의적인 전술 부재가 단점으로 지적됩니다. 이에 비해 북중미 팀들은 순간적인 폭발력과 전방 압박에 능하며, 공격력에서는 위협적이지만 수비 조직력이 약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각국의 유소년 시스템과 코칭 철학의 차이에서 비롯되며, 향후 한국 축구가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창의성과 개인 전술 능력을 강화하면서도 기존의 조직력 중심 축구를 유지하는 ‘하이브리드 스타일’이 필요합니다.
협회: 행정 시스템과 축구 생태계 조성 방식
한국과 북중미의 축구협회 운영 방식에서도 많은 차이가 존재합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비교적 전통적이고 중앙집중적인 구조로 운영되며, 대표팀 운영, 리그 조직, 유소년 정책 등 모든 분야를 직접 관리하고 조정하는 방식입니다. 반면 북중미의 협회들은 각국 연맹과 리그, 클럽, 유소년 시스템 간의 ‘분산 협력형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축구 시스템은 U.S. Soccer 연맹을 중심으로 MLS, USL(하위리그), NCAA(대학리그), ECNL(여자 유소년 리그), DA(Development Academy, 현 MLS NEXT) 등 수많은 하위 단체와의 협력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협회가 모든 것을 통제하기보다는 각 단체가 자율적으로 운영됩니다. 이로 인해 다양성과 실험성이 살아 있으며, 빠른 변화가 가능한 구조입니다. 한국은 대부분의 유소년 팀이 학교 시스템에 묶여 있으며, 클럽 중심 구조로의 전환이 더딘 편입니다. K리그 구단들은 유소년 팀을 운영하지만, 그 숫자가 한정적이며, 선수 선발이나 진로 경로에서도 여전히 학교 중심의 ‘엘리트 시스템’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클럽 간 경쟁과 발전이 제한되고, 지역 기반의 유소년 육성도 활성화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북중미는 행정적 투명성과 개방성 측면에서 빠르게 발전 중입니다. MLS는 연봉 공개, 이적 조건, 선수 트레이드 등을 명확히 제도화하고 있으며, 팬과 미디어의 참여를 적극 장려합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선수 계약, 이적, 유소년 스카우팅 등의 정보가 폐쇄적이며, 일부 클럽과 협회 사이의 이해 충돌이 존재한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중미 국가들은 마케팅, 브랜딩, 콘텐츠 전략에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MLS는 애플TV와의 중계 계약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으며, 지역 팬덤 강화와 스타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반면 K리그는 중계권 확보, 디지털 콘텐츠 제작, 팬 서비스 측면에서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아, 전체 축구 생태계의 활성화에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협회와 행정 시스템의 차이는 단지 조직 운영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 축구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입니다. 한국 축구가 더 큰 무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행정 구조의 개혁, 투명한 정보 공개,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장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합니다.
북중미 축구와 한국 축구는 각각의 환경과 역사에 따라 독자적인 전략을 발전시켜왔습니다. 그러나 글로벌화된 축구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제 각국의 강점을 배우고 벤치마킹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한국 축구는 북중미의 마케팅 전략, 선수 진출 구조, 개방형 행정 시스템을 참고하여 보다 넓은 시야로 미래를 설계해야 하며, 팬 중심, 선수 중심, 클럽 중심의 구조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지금이 바로, 글로벌 축구에서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