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축구는 과거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AFC 아시안컵과 월드컵 지역 예선, 그리고 클럽 대항전에서 각국의 경쟁력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등의 국가들은 체계적인 시스템과 글로벌 진출 전략으로 아시아 축구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한국 역시 이 경쟁 구도 속에서 다시 한 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경쟁', '과제', '기회'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아시아 축구의 미래 판도 속에서 한국 축구의 위치와 방향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경쟁: 아시아 강호들의 부상과 한국의 현 위치
한때 아시아 축구의 양대 산맥은 한국과 일본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카타르, 호주 등의 도약이 두드러지면서 아시아 상위권 판도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특히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일본이 독일과 스페인을 꺾으며 16강에 오르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를 이기는 이변을 연출하는 등 아시아 국가들의 경쟁력이 눈에 띄게 상승했습니다. 일본은 유소년 시스템과 전술 철학, 해외 진출 정책 등에서 아시아 최고 수준의 통합 전략을 보여주고 있으며, 잉글랜드, 독일,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 주요 리그에 20명 이상의 선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기술 중심 축구, 세밀한 전술 운영, 선수단 깊이는 일본 대표팀이 가진 최대 강점입니다. 이란은 오랜 전통의 축구 강국으로서, 체격과 피지컬을 기반으로 하는 강한 수비력과 빠른 역습을 무기로 삼고 있으며, 아시안컵과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리그 자본력과 해외 코칭 스태프 도입을 통해 급격히 성장 중이며, 최근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림 벤제마 등의 스타들을 자국 리그로 영입하며 리그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카타르는 2022년 월드컵 개최국으로서 대회 준비 과정에서 전폭적인 투자와 유소년 아카데미(아스파이어 아카데미)를 통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췄고, 자국 리그에 글로벌 인프라를 구축했습니다. 호주는 A리그와 유럽파 조합을 통한 균형 잡힌 팀 구성으로 아시아 무대에서 지속적인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한국은 아직 ‘과거의 영광’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2002 월드컵 4강 이후 국제 대회에서의 꾸준한 성과는 있었지만, 유소년 육성 시스템의 일관성 부족, 전술적 다양성 결여, 해외 진출 정책의 미흡함 등 구조적인 한계가 명확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AFC 주요 대회에서의 성적 또한 기대만큼 따라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아시아 축구의 경쟁 구도 속에서 한국은 더 이상 ‘선두 그룹’에 안주할 수 없으며, 일본, 이란, 사우디, 호주와 같은 국가들과 본격적으로 경쟁하며 구조 개혁과 혁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과제: 한국 축구가 해결해야 할 시스템적 문제
한국 축구가 아시아 내 입지를 다시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과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유소년 육성의 비효율성**입니다. 현재 한국은 학교 중심의 학원 축구가 여전히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클럽 시스템과는 유기적인 연계가 부족합니다. 이는 선수 성장의 일관성을 떨어뜨리고, 기술보다는 체력 중심의 훈련이 반복되는 구조적 한계를 만듭니다. 또한 선수의 **해외 진출 전략**도 일본 등에 비해 뒤처져 있습니다. 일본은 자국 리그에서 일정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 후, 유럽 리그로의 진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한국은 선수 개인 또는 에이전트 의존도가 높고, 구단 차원의 전략적 지원은 제한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해외 진출 후 적응 실패 또는 무계획한 이적 사례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전술적 다양성과 전환의 유연성**도 부족한 편입니다. 한국 대표팀은 일정 수준의 조직력과 압박 전술에서는 강점을 보이지만, 상황에 따른 유연한 전술 전환, 라인 간 간격 조절, 창의적인 전술 설계에서는 아쉬움을 보입니다. 특히 상대가 밀집 수비를 할 경우, 이를 효과적으로 무너뜨릴 수 있는 공격 전략이 부족하며, 이는 최근 아시안컵이나 월드컵 예선 등에서도 반복된 문제입니다. **지도자 양성 시스템** 역시 과제로 지적됩니다. AFC Pro 라이선스를 보유한 지도자 수가 증가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실전에서의 전술 구현 능력, 국제 감각, 선수와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또한 지도자 연수와 경기 분석, 전술 회의 시스템 등이 유럽 선진국에 비해 체계적으로 정립되어 있지 않아, 현장 지도력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습니다. **축구 행정과 마케팅 시스템** 또한 아시아 경쟁국에 비해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일본 J리그는 팬 중심의 리그 운영, 유소년과 프로팀의 연계, 지역 밀착 마케팅에서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으며, 사우디는 막대한 자본을 활용해 리그 자체를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K리그의 중계권, 디지털 콘텐츠, 유소년 대회 운영 등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고 정체되어 있는 편입니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축구협회, 프로 구단, 교육부, 지자체 등이 협력하여 축구를 하나의 산업, 문화, 교육으로 통합 관리하는 거버넌스 모델을 도입해야 하며, 정책적 과감함과 실행력 있는 리더십이 요구됩니다.
기회: 한국 축구의 도약을 위한 전략적 가능성
비록 한국 축구가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지만, 여전히 아시아 축구 내에서 도약할 수 있는 **기회 요인**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첫째는 **세계적인 선수 자원**입니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은 이미 유럽 톱 리그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축구 시장에서 한국 선수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선수들을 중심으로 유소년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해외에 눈을 돌리고, 이를 동경하며 훈련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흐름을 잘 조직하면, 자연스럽게 해외 진출 시스템을 보다 전략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둘째는 **국내 축구팬의 충성도와 관심도**입니다. 한국은 월드컵, 아시안컵, 올림픽 등에서 대표팀 경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고, 팬덤의 열기가 상당합니다. 이를 디지털 플랫폼, NFT 멤버십, VR 중계, 팬 참여형 콘텐츠 등으로 확장한다면, 축구 문화 전반의 자산을 더욱 확대할 수 있습니다. 이는 리그와 대표팀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셋째는 **K리그의 내실화와 지역 밀착형 발전 가능성**입니다. 일부 구단은 유소년부터 성인 팀까지 통합 운영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와의 협업을 통해 교육, 문화, 복지와 연계된 활동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 J리그 모델과 유사한 방향이며, 정책적 지원과 시스템 통합이 이뤄진다면 K리그 역시 경쟁력 있는 리그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넷째는 **아시아 축구의 글로벌 위상 강화에 따른 파급 효과**입니다. 아시아 축구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시점에서 한국은 이미 브랜드 인지도, 기술력, 선수 풀에서 인정받고 있으며, FIFA, AFC의 다양한 국제 사업과 행사에 적극 참여할 경우 영향력을 넓힐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시안컵 유치, FIFA 주관 대회 개최, AFC 위원 선출 등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한다면, 축구 외교 측면에서도 한국은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협력 ▲디지털 전환 가속화 ▲선수 중심의 환경 조성 ▲리그의 질적 개선 ▲국제 대회 준비 역량 강화 등이 병행되어야 하며, 이는 단순한 전략이 아니라 구조적인 개혁으로 접근해야 실효성이 있습니다.
아시아 축구는 이제 더 이상 ‘약체들의 모임’이 아닙니다. 세계 무대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그 중심에 한국이 다시 서기 위해서는 시스템, 문화, 전략 모든 면에서 혁신이 필요합니다. 경쟁은 치열해졌지만, 그만큼 기회도 커졌습니다. 지금이야말로 한국 축구가 과거의 영광을 넘어, 새로운 아시아 판도의 중심으로 도약해야 할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