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전 세계 영화계에 충격을 안겼습니다. 이후 한국 영화는 단순히 ‘흥미로운 아시아 콘텐츠’가 아닌,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글로벌 콘텐츠’로 인식되기 시작했죠. 이 글에서는 ‘기생충’ 이후 한국 영화가 겪은 변화, 수출 흐름, 플랫폼 전략, 감독들의 세계 진출 사례까지 폭넓게 분석합니다.
봉준호의 한 방, 한국 영화의 판을 바꾸다
2019년 5월,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역사적인 사건이었지만, 불과 9개월 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 최초로 ‘작품상’을 거머쥐는 이변은 그야말로 영화사에 길이 남을 순간이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오스카는 로컬”이라는 농담과 함께 영화 예술의 본질에 대해 묵직한 화두를 던졌고, 전 세계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기생충>의 성공은 단순히 한 편의 영화가 잘 된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곧 한국 영화가 ‘전 세계 영화계에서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한 사건이었고, 이후 수많은 한국 감독과 배우, 작가, 스태프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준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전까지 한국 영화는 국내 흥행에 집중하거나, 아시아권 수출에 만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기생충> 이후의 흐름은 명백히 달라졌습니다. 영화 한 편이 만들어낸 ‘파급력’은 단순한 인기나 흥행을 넘어서, ‘산업 구조’와 ‘국제적 위상’까지도 뒤바꿔놓았습니다. 과연, 어떤 변화들이 실제로 나타났고, 앞으로 한국 영화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그 흐름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기생충’ 이후 변화한 한국 영화계의 세 가지 흐름
1. 글로벌 영화제에서의 존재감 확대
<기생충> 이후, 세계 3대 영화제는 물론 중견 영화제까지 한국 영화의 선택이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2022년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고, 홍상수 감독은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연이어 수작을 선보이며 ‘작가주의’ 영화의 정수를 인정받았습니다. 특히 칸, 베니스, 베를린은 이전보다 한국 영화에 더욱 우호적인 심사 분위기를 갖추고 있으며, 한국 감독들 역시 장르 영화에서 작가 영화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자신만의 언어로 선보이며 세계 관객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2. OTT와 스트리밍 플랫폼의 도약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OTT 플랫폼은 <기생충> 이후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했습니다. <승리호>, <사냥의 시간>, <길복순>, <배니싱: 미제사건> 같은 작품들이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동시 공개되었고, <지옥>, <더 글로리>, 같은 드라마와의 크로스오버로 인해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 영화는 더 이상 ‘국내 개봉 → 해외 영화제’라는 루트를 따르지 않아도 됩니다. OTT를 통해 전 세계 동시 스트리밍이 가능하며, 영어 자막과 더빙이 즉시 제공되기 때문에 문화 장벽이 크게 낮아졌습니다. 한국 영화는 이제 디지털 시대의 핵심 콘텐츠로 떠오르며, 팬층도 북미·유럽 중심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3. 감독과 배우의 세계 진출 가속화
<기생충>의 성공은 한국 영화계 인력의 세계 진출에도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박찬욱, 연상호, 나홍진, 김지운 감독은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와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배우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 이후 <스타워즈> 드라마 주연으로 캐스팅되는 등 글로벌 캐스팅 시장에서도 활약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서경 작가, 류승완 감독, 윤종빈 감독 등 기존 국내 상업영화 중심의 창작자들도 OTT, 국제 공동제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등으로 활동 폭을 넓히고 있어, 단순한 ‘K-콘텐츠’의 성공이 아닌, ‘글로벌 영화인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중입니다.
한국 영화, 이제는 ‘세계 영화’가 되다
한국 영화의 세계 진출은 단지 <기생충> 하나의 성공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시작을 발판 삼아, 산업 구조는 바뀌고 창작 환경도 변하고 있으며, 영화계 인력들은 이제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인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는 더 이상 ‘특별한 아시아 콘텐츠’가 아니라, ‘글로벌 콘텐츠 생태계’ 안에서 핵심적인 플레이어로 성장 중입니다. 중요한 건 이 흐름이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다양한 장르와 형식, 메시지를 가진 감독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고, 관객 역시 점점 더 다양한 스토리와 문법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한국 영화의 강점인 ‘감정선의 깊이’, ‘독창적인 서사’, ‘사회 비판적 시선’은 세계 관객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며, 단순한 유행을 넘어 ‘신뢰의 브랜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 영화는 어떤 스토리를 들려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세상과 연결될 수 있을까요? ‘기생충’ 이후 우리는 증명했습니다. 한국 영화는 세계와 대등하게, 때로는 더 앞서 나갈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요. 이제 중요한 건, 그 흐름을 얼마나 꾸준히, 깊이 있게 이어가느냐입니다. 한국 영화는 지금,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 시작은 <기생충>이었고, 이제 그다음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함께 써나가야 할 시간입니다.